News & Events
시장미시구조론 (Market Microstructure) – (2)
거래 시장과 거래 데이터
시장미시구조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시장미시구조론에서 시장 (Market)이라 함은 금융상품이 거래되는 곳 (Trading venue)을 의미한다. 여러 투자자들이 이곳에 모여 자유롭게 거래를 하고, 그 결과로 상품의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다. 거래 장소를 운영하는 거래소에서는 모든 참여자들이 원할 때면 언제든지, 공정하고 신속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시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도록 노력한다.
거래소는 각 참여자들의 거래 내역을 기록, 관리하고, 이 중 공개 가능한 기록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시장의 투명성을 제공한다. 참여자는 이 기록을 참조하여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고 새로운 거래를 하게 된다. 따라서 거래 데이터를 분석하면 참여자들의 거래 행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시장미시구조론은 시장의 동적인 움직임에 대해 적절한 가설과 모형을 설정한 후, 거래 데이터를 이용하여 설정한 모형이 타당한지를 검증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거래 시장은 크게 1차 시장 (Primary market) 과 2차 시장 (Secondary market) 으로 구분할 수 있다. 1차 시장은 증권이나 채권 등의 금융상품이 최초로 발행되는 발행시장을 의미하고 (IPO), 2차 시장은 발행시장에서 발행된 상품들이 거래되는 거래 시장을 의미한다. 또한, 2차 시장인 거래 시장은 장외시장 (OTC : Over the counter)과 장내시장으로 구분된다. 장외 시장은 딜러나 브로커들에 의한 호가 중심의 시장이고, 장내 시장은 투자자들이 직접 거래를 할 수 있는 주문 중심의 시장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HTS 등을 통해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바로 장내 시장이다. 시장미시구조론은 바로 이 장내 시장에서 벌어지는 미세한 상황들을 연구하는 분야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장내 시장은 전자거래시스템이며 (ECN : Electronic Communication Network), 전형적으로는 아래와 같이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실제 구성도가 아닌 개념도 임). 전자거래시스템은 크게, 거래 시장을 운영하는 거래소, 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 그리고 시장 참여자인 투자자들로 구성된다. 거래소는 각 증권사로부터 유입되는 주문을 접수하여 관리하고, 상호간의 주문을 체결한다. 또한, 거래 정보의 일부 (주문 체결량, 체결가, 각 호가의 잔량 등)를 투자자들이 참조할 수 있도록 각 증권사로 분배한다. 증권사는 각 투자자 (해당 증권사의 고객) 들의 계좌를 관리하고, 주문을 취합하여 거래소로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각 투자자는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여 직접 거래를 하게 된다.
HTS를 사용하는 일반 투자자의 경우, HTS에서 주문을 보내면, 해당 증권사는 해당 주문의 유효성, 계좌의 잔고 등을 확인하고 (원장 처리), 이상이 없으면 이 주문을 거래소로 전달한다. 그리고 거래소로부터 수신된 주문 접수, 체결 통보 등의 정보를 해당 투자자의 HTS로 전송한다. 또한, 거래소로부터 수신된 시세데이터를 분석, 가공하여 HTS의 모든 투자자에게 정보로 제공한다. 아래 그림은 거래소로부터 수신된 공개 정보가 HTS 창에 표시되는 과정을 간단히 표현해 본 것이다.
거래소가 각 증권사로 분배하는 원시 시세데이터는 호가창 (LOB : Limit Order Book)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며, 주요 정보로는 호가의 가격, 각 호가창의 잔량 (Bid/Ask 측), 주문 건수, 최근 주문 체결 가격, 체결 수량 등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증권사에서는 이 정보를 분석, 가공하여 위의 그림과 같이 HTS 창에 표시하여 모든 시장 참여자가 참조할 수 있도록 한다. HTS 상에서 투자자는 시장의 상황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는 있으나, 원시 시세데이터나, 가공된 상세 시세 데이터를 별도로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시장미시구조를 위한 분석을 하기는 곤란하다 (일부 투자자는 위의 호가창을 녹화하였다가 나중에 육안으로 분석하기도 함).
HTS보다 특화된 서비스를 이용하는 투자자 (API 같은)는 (가공된) 시세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여 자신이 직접 시장의 상황을 분석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분석한 결과를 이용하여 자동으로 매매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경우는 가공된 2차 데이터이긴 하지만, 원시 시세데이터의 내용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으므로, 시장의 미시구조를 분석해 볼 수는 있다. 다만, 증권사는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망의 효율성 등을 고려해 원시 시세데이터의 일부를 누락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증권사에 따라서는 API 사용자에게도 누락되지 않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을 듯).
이외에 일부 공격적인 투자자들의 경우는, 자신의 컴퓨터를 증권사 내부에 설치해 두고 직접 시세 데이터를 받아 시장을 분석하고, 자동으로 주문을 전송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가 바로 증권사의 DMA (Direct Market Access)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로, 본격적인 알고리즘 트레이딩 단계라 할 수 있다. DMA 투자자는 증권사 외부에서 가상 사설망 (VPN : Virtual Private Network)을 통해 증권사 내부에 있는 자신의 컴퓨터에 원격으로 접속한 후, 자신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시세 데이터를 분석하고, 증권사 내부에서 주문을 직접 전송한다.
API나 DMA 서비스를 이용하는 투자자는 시세 데이터 (틱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여 미시 시장의 정보를 추출한다. 예를 들면, 각 호가의 잔량의 변화를 파악하여 지정가 주문이나 정정,취소 주문이 어느 정도의 강도 (Intensity)로 유입되고 있는지를 파악하여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는 정도를 파악한다. 또한, 체결 정보를 통해 시장가 주문의 강도를 파악하여 유동성이 소비되는 정도를 파악하고, 단기간 주가의 변화를 예측해 보기도 한다. 이런 유형의 투자자들이 거래 데이터를 이용하여 시장을 분석할 때 시장미시구조론의 이론을 참조한다.
미시 시장은 매우 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대단히 짧은 시간 동안에 (밀리 초 단위) 시장의 변화를 관찰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대단히 짧은 시간 내에 시장의 상황이 바뀌기 때문이다. 또한 거래 데이터도 시장의 연속적인 변화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대량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시장미시구조를 분석한 투자 방식에서는 대단히 빠른 속도가 요구된다. 이것을 High speed 전략 혹은 Low latency 전략 이라고 하고, 고빈도매매 (HFT : High frequency trading) 같은 전략이 여기에 해당한다.
가령, 시장에서 생성되는 틱 데이터가 초당 50개씩 발생한다고 하면, 초당 50번 정도로 시장의 상황이 바뀌는 것이므로 이에 대응하려면 약 20ms의 대응 속도가 필요하다. 만약 특정 틱 데이터의 상황을 분석하여 주문을 전송하는데, 주문이 거래소에 접수되기까지 약 100ms 걸린다면, 나의 주문은 내가 참조한 틱 데이터보다 5틱 이후의 상황에서 접수된다 (틱 데이터가 도착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5 틱 이상 됨). 그렇다면 5틱 이후의 시장 상황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알고리즘 트레이딩에서는 속도가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된다.
거시적 측면의 거래 시장은 (정보에 대해) 시장의 효율성 (EMH : Efficient Market Hypothesis)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한다. 즉, 새로운 정보가 모든 투자자에게 공유되는 시간이 짧아 정보의 평등성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되는 시간이 짧음). 또한, 거래 시장은 완전 경쟁시장으로, 누구에게나 진입과 탈퇴의 장벽이 없다는 가정을 한다. 따라서 거시적 측면의 거래 시장에서는 모든 비용을 초과한 (정보 수집 비용 등), 초과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가정을 한다.
반면, 미시적 측면의 거래 시장은 시장의 효율성이 존재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 이유는 미시정보의 발생 시간이 매우 짧아,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되기도 전에 새로운 정보가 생성되므로 결국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일반 투자자들은 상세한 시장 데이터에 접근하기가 어렵고, 빠른 속도의 주문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미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시 시장은 진입 장벽이 존재하므로 완전 경쟁 시장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미시 시장에서는 정보나 속도에 대해 우위에 있는 투자자는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게다가, 초과 수익이 우위에 따라 분배 (예를 들어, 1위가 50%를 취하고, 2위가 30%를 취하는 등) 되는 것이 아니라, 최상위가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 (Winner-take-all) 특성이 있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우위 경쟁이 치열하게 발생하는 측면도 있다 (Arms race라는 표현까지 씀). 경제학적으로는 이러한 현상이 외부불경제효과 (External diseconomies)를 유발한다는 측면에서 부정적 견해가 있는가 하면, 이러한 경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시장의 변동성이 감소한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하기도 한다.
순수 학문적 입장의 시장미시구조론은 거래 시장을 보다 효율적이고 경쟁적인 시장이 되도록 설계하거나, 제도적 규제안을 만드는데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시장미시구조론을 통해 시장의 미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므로 투자 전략을 개발하는데 활용될 수도 있다. 여기서는 주로 시장의 상황을 이해하고 투자 전략을 개발해 보는데 초점을 두어 보기로 한다.
여기까지 거래 시장의 특징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앞으로는 투자자들의 거래 행위로부터 생성된 거래 데이터를 이용하여 시장의 특성을 대략적으로 파악해 보고, 시장미시구조론의 기본 이론들에 실제 거래 데이터를 접목시켜 가면서 시장의 특성을 보다 세부적으로 파악해 보기로 한다.
[출처]2. 거래 시장과 거래 데이터|작성자아마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