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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미시구조론 (Market Microstructure) – (5)
잔량과 시장가 주문의 관계
시장미시구조론은 거래 시장의 여러 요인들로부터 주가가 생성되는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이번 시간에는 여러 요인들 중 호가창 (Limit Order Book)의 잔량과 시장가 주문의 관계에 대해 살펴본다. 호가창의 잔량이란 지정가로 유입된 주문이 체결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물량을 의미한다. 그리고 시장가 주문이란 대기해 있는 물량을 매수하거나 매도하여 잔량을 소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주가는 잔량의 규모와 시장가 주문의 강도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위의 그림은 잔량의 규모와 각 주문의 강도를 도식화 해 본 것이다. 각 호가의 Order Book에는 지정가 주문이 유입되어 잔량이 쌓이기도 하고, 시장가 주문이나 취소 주문으로 잔량이 줄어들기도 한다. 만약 Ask 측 (매도측 Order Book)의 잔량이 Bid 측 (매수측 Order book)의 잔량보다 크게 유지된다면 주가는 하락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러다가 Bid 측 잔량이 점차 증가하고, Ask 측 잔량이 점점 감소한다면 주가는 다시 상승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주가는 잔량의 변화에 영향을 받게 되고, 잔량은 지정가 주문, 시장가 주문, 취소 주문의 강도에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주가는 각 주문의 강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개별 종목에서 주도 세력의 Fake 주문으로 이 논리가 안 맞는 경우도 있겠지만, 파생과 같은 효율적 시장에서는 충분히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음.)
단기적으로 주가의 변화를 예상해보기 위해서는 각 주문의 강도를 관찰해야 한다. 다만 주문의 강도를 어떤 방식으로 측정하는 것이 좋을지가 문제이다. 우선, 단위 시간당 유입되는 수량을 측정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것은 각 주문의 유입 속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시간의 경우, 실제 시간 (Clock time)을 사용할 것인지 (ex: 1 초당 유입되는 주문 수량), 틱의 개수를 (Tick time) 단위 시간으로 사용할 것인지 (ex: 50 틱 당 유입되는 주문 수량)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주문 수량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만약 현재 잔량이 100개인 상태에서 10개의 주문이 취소된 경우와 잔량이 12개 있는 상황에서 10개의 주문이 취소된 경우가 있다면, 모두 10개의 취소 주문이 발생했지만 상황은 많이 다를 것이다. 첫 번째는 잔량 중 10%가 취소된 것이고, 두 번째는 무려 83%가 취소된 것이다. 그렇다면 수량대신 퍼센트를 쓰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효율적인 측정 방법은 차차 연구해 보기로 하고, 여기서는 일단 Tick time 당 발생된 수량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주가 (Price)의 개념에 대해서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호가창에서 주가는, 아래 그림과 같이, 최우선 Ask 가격, 최우선 Bid 가격 그리고 두 가격의 평균인 중간 가격 (Mid-price)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흔히 우리가 사용하는 현재가라는 개념이 있다.
최우선 Ask 가격이란, 시장가 매수 주문이 발생할 때 우선적으로 체결되는 가격을 의미하고, 최우선 Bid 가격은 시장가 매도 주문이 발생할 때 우선적으로 체결되는 가격을 의미한다. 그리고 현재가는 가장 최근에 체결된 가격을 의미한다. 만약 가장 최근에 시장가 매도 주문이 발생했다면 현재가는 최우선 Bid 가격이 되고, 시장가 매수 주문이 발생했다면 현재가는 최우선 Ask 가격이 된다. 따라서 현재가는 최우선 Ask 가격이나 Bid 가격 중 하나가 되고,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하게 된다. 그런데 현재가가 최우선 Bid 가격에서 최우선 Ask 가격으로 변할 때 주가가 올랐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동일한 상황에서 단지 시장가 매수 주문이 발생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중 어느 것을 주가로 사용하는 것이 타당한가? 바로 평균 가격인 Mid-price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Mid-price가 올라야 진정으로 주가가 올랐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시장가 주문과 잔량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자. Ask 측과 Bid 측의 잔량이 변할 때, 어떤 상태에서 시장가 주문이 많이 발생하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다. Ask 와 Bid 측의 잔량이 비슷하게 유지되는 동안은 시장가 매수/매도 주문이 발생해도 Mid-price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의 잔량이 다른 쪽보다 상대적으로 작아진다면 Mid-price가 변화될 가능성은 커진다. 잔량의 상황을 수치로 표현하려면, 두 잔량 간의 비율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좀 더 간편한 방법으로 계량화 해 보기로 한다.
아래 그림의 우측 상단에 있는 공식은 Ask 측과 Bid 측의 잔량의 크기만으로 Mid-price가 상승할 확률을 계산한 것이다. 이 식은 Rama Cont가 (Markov process & 역라플라스 변환식으로) 계산한 Mid-price 상승확률에서 유동성이 풍부하고, 두 잔량 간에 상관관계가 없는 경우 등을 가정한 근사식이다 (이 식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특별한 경우를 가정한 식이므로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상승확률이라기 보다는, 그냥 Mid-price의 상승척도 정도로 이해하기로 한다.
위 그림의 엑셀 파일은 특정일의 코스피200 선물 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시장가 매수 주문이 발생한 틱 데이터에서 시장가 매수 주문 수량과 최우선 Ask, Bid 측의 잔량을 기록한 것이다 (하루 동안 시장가 매수 주문이 약 25,000번 발생하였음). 첫 번째 라인은 최우선 Ask측의 잔량이 3개이고, Bid 측 잔량이 7개였을 때, 1개의 시장가 매수 주문이 발생하여 Ask측 잔량이 2개로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 주문은 Mid-price가 상승할 확률이 74.26% 였을 때 발생한 것을 의미한다.
위의 약 25,000개의 틱 데이터에 대해 상승 확률을 계산하고, 상승 확률과 시장가 매수 건수 사이의 관계를 도수분포로 그려보면 위의 그래프와 같다. X-축이 Mid-price 상승 확률이고, Y-축이 시장가 매수 건수에 대한 도수이다. 그래프를 보면 상승 확률이 증가할수록 시장가 매수 건수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시장이 상승할 가능성을 보일 때 상승 추세를 따라가려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Trend follower 들의 존재). 또한, 상승 확률이 매우 낮은 곳에서도 시장가 매수 주문이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추세에 역행하는 경향도 일부 있음을 의미한다. (아래 덧글 중 모래알님의 상세한 분석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래 그림은 시장가 매도 주문량과 잔량의 관계를 분석한 것이다 (약 26,000 틱). 이 결과도 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Mid-price 상승 확률이 낮을수록 시장가 매도 주문이 증가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 역시 시장이 하락할 가능성을 보일 때 하락 추세를 따라가려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상승 확률이 매우 높을 때는 일부 시장가 매도 세력이 증가하는 것도 볼 수 있다.
이런 경향이 시장의 특성인지, 아니면 상승 확률을 계산하기위해 사용된 Arc tan()의 특성에 기인한 것인지를 확인해보기 위해 아래와 같이 실험해 보았다. 아래 그림은 시장가 매수 주문이 발생했을 때 잔량의 변화를 랜덤하게 만들어서 (1 ~ 100 사이의 잔량), 위와 동일한 공식으로 상승 확률을 계산한 것이다. 위의 분포와는 다르게 어느 정도 균등한 분포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위에서 분석한대로 시장은 추세를 추종 (Trend following)하는 경향이 있다는 결론은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간에는 잔량의 상태와 시장가 매수/매도 주문 발생의 관계를 분석하여 시장에 추세추종 경향이 있음을 확인해 보았다. 다음 시간에는 잔량의 상태와 지정가 주문, 취소 주문의 관계를 분석해 보기로 한다.
[출처]5. 잔량과 시장가 주문의 관계|작성자아마퀀트